2025년의 첫 관극은 공놀이클럽의 신작 <클뤼타임네스트라> 다.
아가멤논에 나오는 클리타임네스트라를 동시대 한국에서 벌어지는 클리타임네스트라로 가져왔다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장소는 연희예술극장,
구조가 재밌는 극장이다.
작년, 저 공간을 활용한 글을 써 봤는데 다시 들여다볼 자신이 없다.
내가 쓸 능력이 없으면서 쓰는 이야기들은 그 당시에만 반짝하는 얕은 글이다.
그래도 창작자로서 멈추는 것보다야 낫겠지.
장난스럽게도 귀여운 오브제들이 배치되어 있다.
뒷모습, 처절하다.
극 중 인물 전태주는 로버트 맥키의 story를 들고 시작한다.
책에서는 '주인공, 욕망, 행동 등'이 주요한 키워드들인데 잘 드러난 극이라고 본다.
그리스비극이 흘러온 시간만 봐도 좋은 이야기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좋지 않은 이야기는 살아 남을 수 없다.
연극은 플롯을 의도적으로 포스트하지 않는 이상, 한순간도 의미가 없을 수가 없다. 그래서 숨기기 힘들다.
영화처럼 시공간이 손쉽게(?) 편집되는게 아닌 이상 미니 플롯이 많아지는 순간 러닝타임은 길어지니깐.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계속 사건을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만들어 나간다.
어느 순간 주인공의 무의식 속의 선택이 결국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아닌 아가멤논의 첩으로 주인공이 될 수 없는 클리타임네스트라가 보였을 순간, 끝까지 드러나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더 큰 사건을 위해 드러나게 된다(나만 아는 이야기).
결국 전태주의 여자 친구 다현(또 다른 클re타임네스트라)만 벗어나는 선택을 한다(현명해).
이 이야기는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승원의 이야기다.
연극을 올리고야 마는 승원의 행동은 본질적 욕망이 발한 것이겠지. 근데 결말이 조금.. 태주의 에필로그는 필요 없다 했는데..
중간 중간 나오는 음악들은 내가 봤던 공놀이 클럽만의 팝적인(?) 느낌이 난다. 음 연극에서 주는 음악의 역할이란 뭘까.
초반부는 이야기가 주는 힘이 가벼웠으나 그게 잘 쌓여서 주인공이 선택하는 행동들이 극 분위기와는 다르게 무겁게 다가왔다.
재밌는 현상들도 보였다. 예를 들면 기주와 태주가 승원을 스쳐 가는 장면에선 기성아가멤논과 mz아가멤논이 가지고 오는 사건들이 눈에 보이는 듯하여 징글징글징글벨이었다.
이야기는 힘든 법이다. 차원도 잘 다뤄야 하고.
사실 모든 이야기는 각자마다 다르게 해석되고 전혀 다른 세상을 느낄 수 밖에 없기에.
나의 결핍이 세상에서 가장 크니깐. 나와 다른 것은 사실 위선적일 수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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